[경제포커스] 리더십 부재가 야기하는 일들

입력 2021-06-01 17:15   수정 2021-06-02 00:05

5월은 암호화폐를 보유한 사람들에게 잔인한 달이었다. 암호화폐의 대표 격인 비트코인 가격은 5월 1일 6400만원에서 출발했는데, 12일 5400만원으로 급락한 이후 최근에는 4300만원대에서 횡보 중이다(미국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 기준). 5월 중 최고점과 최저점은 보름 만에 발생했는데, 무려 40% 하락했다. 장기 투자자라면 2017년 12월 15일 2100만원이 넘었다가 보름 만에 38% 하락한 악몽이 떠오를 법한 사건이다. 다른 암호화폐들도 비트코인과 함께 속절없이 무너졌다.

2017년과 마찬가지로 올 5월 암호화폐의 가격 하락 배경에는 규제가 있다. 중국이 암호화폐거래소를 폐쇄하며 거래를 금지하기 시작한 때가 2017년 하반기다. 이번에 중국은 비트코인 채굴 및 거래 행위에 대한 강력 단속을 공표했다.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의 60~70%가 중국에서, 거래의 90%가 중국인에 의해 이뤄진다고 알려져 있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나 3위권의 후오비도 중국계다. 중국의 규제 강화가 암호화폐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후오비는 심지어 중국인의 거래를 차단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중국이 암호화폐에 대한 전면 금지를 강화하고 있다면, 미국은 암호화폐 시장의 제도권 편입 절차를 밟고 있다. 미 재무부는 자금 세탁을 방지하고 과세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1만달러 이상 암호화폐 거래를 국세청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했다. 미국은 2014년부터 암호화폐를 자산 취급하고 이로부터의 소득에 대해 과세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의 거래 보고 의무화는 과세 기반을 강화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재무부는 또 법무부와 함께 거래소 바이낸스에 대한 세무조사도 진행 중이다. 미국 자본시장의 파수꾼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으로 최근 임명된 게리 겐슬러 역시 암호화폐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 “법이 공격적이고 일관성 있게 시행되도록 모든 것을 할 필요가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의 투명성을 높여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가 강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상황은 어떤가. 암호화폐 투자 열기가 뜨겁다는 것은 언론 보도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지만, 국제적으로 보면 정말 놀라운 수준이다. 비트코인 거래에 사용된 법정 화폐의 규모로 보면 미 달러화, 유로화에 이어 원화가 3위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 전체의 하루 거래량은 전 세계 하루 거래량의 15%까지도 차지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나 소득 수준 등으로는 온전히 설명할 수 없는 수치다. 이 시점에서 정부가 중국처럼 암호화폐 전면 금지를 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정치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지만, 열기를 식히고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절한 규제를 갖추는 것은 불가피하다.

해외 사례를 보면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데 필수적인 규제 장치 3종 세트는 자금세탁 방지, 과세, 투자자 보호다. 자금세탁 방지에 대해서는 올 3월부터 특정금융정보법이 개정돼 암호화폐거래소가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갖고 은행으로부터 고객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계좌를 받아 영업해야 하는 법규가 생겼다. 과세는 조세 형평성 제고 외에도 투자 열기를 식히는 효과가 있을 텐데, 기획재정부는 내년부터 암호화폐로부터의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20%의 세율로 과세한다는 방침이다. 이 두 규제 조치는 개선의 여지가 있겠지만 일단 도입된다는 의의가 크다. 문제는 투자자 보호다.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에 대한 논의가 쉽지 않은 것은 암호화폐가 기존의 어떤 자산 형태와도 딱 맞게 대응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현실적으로 정부의 어느 부처가 규제의 총대를 메야 할지 모호하게 만드는 문제를 야기한다.

정부가 진행하는 많은 일을 보면 여러 부처가 숟가락을 얹느라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업이 있는가 하면, 어느 부처도 끼기를 주저하는 사안이 있다. 암호화폐의 투자자 보호 문제가 후자의 사례가 되지 않으려면 리더가 나서 총대를 메고 등을 떠밀어야 한다.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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